문화재고창야행 지상중계 ②


< 고창야행추진단 회의 >
매주 월요일 오전 9시 어김없이 문화재 고창야행 추진단 회의가 열린다. 고창읍성 관광안내소 한켠에 자리잡은 작은 회의실이다. 벽 한쪽에 화이트보드 스케줄러에는 이제 저물어가는 6월 한달, 추진단이 걸어온 발자취로 차고 넘친다. “우리가 9월 고창야행을 향해 걸어가는 길은, 이전에 없던 길입니다. 지역이 품은 가치를 지역민 스스로 찾고 다듬어 세상에 내놓는 일입니다. 우리 스스로 문화기획자로 거듭나는 길이기도 합니다.” 지난 한주간의 진행상황, 다가올 한주동안 해야할 일들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며 하나하나 결론을 지어가며 회의를 마치고는 추진단장을 맡은 설태종 고창오거리당산제보존회 회장의 말이다. 추진단은 무대장치며, 극에 필요한 소품이며, 비품 하나하나며를 외부 업체에 맡기지 않고 보존회원이 운영하는 업체를 통해 제작 진행하고 있다. 더디고 심심찮게 오류도 생긴다. 그런데 이렇게 더디고 서툴러도 길게 보아 고창문화역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곧장’ 간다. 회원들의 문화기획 역량을 키우는 일에 더해, 지역에 돈이 도는 중요한 순환역할도 피어난다. 지역의 축제가 지역 역량, 지역경제와 상관없이 준비되는 일이 허다한데, 그에 대한 대안이기도 하다. 마땅한 일이다.
6월을 마치는 마지막 주간, 추진단은 9월 22일부터 23일 이틀동안 출연할 단체들을 만나 극의 완성도 공연의 진행과정을 체크하고 지원하는 일이 크다. 개막 공연에 쓰일 곡의 작곡과 편곡도 어느 정도 갈무리되어가고 있다. 고창읍성과 읍성광장, 주변건물을 두루 활용해 극적효과를 최대하나 높이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설태종 단장과 심길수 총감독의 일이다. 소품팀은 회원이 운영하는 목공장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축성장면 재연을 위해 수천 개 성돌 모형을 하나하나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흑갈색 알이 촘촘한 스티로폼을 크기별로 잘라 토치로 그을려 최대한 진짜 성돌처럼 만드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 보존회원들이 참여해 품을 모아 진행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성돌을 들어올리는 거중기를 만드는 일도 그럴싸하게 추진되고 있다. 폐차하부 바퀴까지를 통째로 오려내 그 위에 나무로 틀을 올리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너무 세련되어서도 너무 촌스러워서도 안되는 그 적절한 경계를 찾는 일이란. 소품 전반에 대해 책임지고 지원하며 진행하는 일은 라태원 팀장의 일이다. 한편으로 홍보 홈페이지 제작, 리플릿과 포스터 시안 작업에 맹렬하다.


주간 해피데이는 앞으로 열네 차례에 걸쳐 고창야행 진행과정을 짧게나마 지상중계하려고 한다. 그 대강은 문화재 고창야행에서 선을 보이려는 여덟 가지 밤의 정취(八夜)에 대한 것이다. 팔야는 밤에 비춰보는 문화재 안팎의 이야기(야경, 夜景), 밤에 문화재와 함께 걷는 이야기로 이어지는 거리(야로, 夜路), 밤에 듣는 고창의 잘 개켜진 역사이야기(야사, 夜史)는 물론, 길거리풍물갤러리부터 판소리, 미술관투어로 이어가는 볼거리이야기(야화, 夜畵), 고창읍성 축성재현으로부터 한복체험, 버스킹으로 맛보는 고창이야기(夜說, 야설), 먹고 자는 야식(夜食)과 야숙(夜宿), 고창읍성 광장에서 고창전통시장을 이어 이틀동안 성대히 열리는 야시(夜市)에 이르는 여덟 가지 밤 테마다. 문화재청이 진행하는 이 야행의 부제 슬로건이 ‘역사를 품고 밤을 누비다’다. 고창읍성과 고창 문화재에 깃든 여덟 가지 밤의 빛깔을 맛보는 역사테마기행이다. 다음호부터, 야경에서 야시까지 싸목싸목 고창야행의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